고려의 권력 정점에 섰던 천추태후
여인의 신분으로 고려의 권력 정점에 섰던 인물. 고려의 지위를 격상시키려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고려의 어느 남성들보다 고려의 기상을 보이고자 했던 그 주인공은 바로 천추태후입니다.
천추태후는 헌애왕태후로 태조 왕건의 손녀이며 고려의 제5대 임금 경종의 세번째 왕비이자 제7대 목종의 모후입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왕욱, 어머니는 선의왕후이며, 부모가 모두 태조의 자녀로 이복 남매간에 혼인하였습니다.
헌애왕태후는 사촌인 경종과 혼인하였지만 동성혼을 피하고자 할머니 신정왕태후의 성씨를 따 황주 황보씨를 칭하였습니다.
헌애왕태후는 경종과의 사이에서 왕손인 목종을 낳았지만, 목종이 채 장성하기 전에 경종이 병으로 죽음을 맞이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경종의 뒤를 이어 왕이 된 것은 목종이 아니라 헌애왕태후의 오빠인 성종이 왕위에 오르게 됩니다.
그녀는 남편이 젊은 나이로 사망해 18세에 청상과부가 되자 외족인 김치양과 사통을 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그녀의 오라비 성종은 김치양을 유배보내 버립니다.
성종이 사망한 후 자신의 아들인 목종이 18세의 나이로 즉위를 하자, 응천계성정덕왕태후라는 존호를 받고 섭정을 했습니다. 왕이 성인인데도 모후가 섭정한 보기 드문 사례였습니다.
섭정을 맡은 이후 자신이 사는 궁을 천추궁이라 명하고 자신을 천추태후라 부르게 하였다고 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오라비인 성종이 이루어 놓은 유교 중심 사회를 버리고 다시 불교 중심으로 나라를 운영하였으며, 고려 지위를 격상시키는 외교를 하였습니다.
고려를 창건한 왕건으로부터 경종대까지 고려는 황제국이었지만, 성종이 왕위에 오르면서 스스로 황제국의 지위를 버리고 왕국으로 그 지위를 격하하며 송나라에 조공을 바쳤는데요.
천추태후는 성종이 재위시절 이룩해놓은 모든것을 뒤엎었으며, 대다수의 호족들로 부터 지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를 지지하던 호족들이 그녀에게 등을 돌리게 되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그녀의 내연남인 김치양 때문이었습니다.
천추태후는 성종에 의해 유배되었던 연인 김치양을 불러들여 총애하며 함께 권력을 행사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후사가 없는 목종의 후계를 자신과 김치양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정하려했고 이로인해 조카인 대량원군(현종)과 갈등했습니다.
이때 김치양은 천추태후의 총애를 등에 업고 권력농단과 전횡을 일삼았고, 그로인해 백성들마저 천추태후에게서 등을 돌리게 됩니다.
1009년(목종 12)에 천추전이 불타면서 정변이 발생했습니다.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에는 김치양이 난을 일으킨 것이라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수원 출신 최사위를 중심으로 한 대량원군 세력이 정변을 일으킨 것으로 보여집니다.
정변의 진행 중에 강조가 서북면에서 군대를 이끌고 개경으로 진입해 권력을 장악하여 대량원군을 왕으로 옹립하니 이가 현종이었습니다.
천추태후는 자신이 신임하던 강조에 의해 자신의 아들 목종과 함께 폐위되어 유배를 당하게 되었고 김치양과 그 아들은 목숨을 잃게 됩니다.
이후 목종은 유배중에 시해당했으며, 천추태후는 할머니 고향인 황주에 21년간 머물다 병이들어 개경으로 돌아왔습니다.
1029년(현종 20) 정월에 숭덕궁에서 66세로 사망했으며, 유릉에 묻혔습니다.
고려의 기상을 보이며 황제국 고려를 꿈꿨던 철의여인 천추태후. 그녀가 김치양과의 치정으로 인해 초심을 잃지 않고 권력을 잡은 초기처럼 국정을 운영했다면 그녀와 그녀의 아들 목종의 최후는 비참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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